본문 바로가기

반응형

역기획

(18)
원신은 어떻게 무료로 1조 원을 버는가: 가챠와 오픈월드 중독 설계 해부 우리는 왜 7만 원짜리 콘솔 게임 패키지에는 지갑을 닫으면서, 무료 게임인 원신에는 기꺼이 70만 원을 태우는가?【 가설 1: 방대한 오픈월드가 유저를 묶어두고, 가챠는 단순히 수익을 내기 위한 수단이다? 】착각이다. 많은 기획자들이 범하는 가장 치명적인 오판이 바로 이것이다. 오픈월드와 가챠를 별개의 시스템으로 분리해서 보는 것. 원신의 오픈월드는 그 자체로 완결성을 가진 순수한 놀이터가 아니다. 철저하게 가챠 캐릭터들의 성능을 전시하고 결핍을 유도하기 위해 깎아 만든 '거대한 쇼룸'이다.맵을 걷다 보면 절벽 중턱에 애매하게 떠 있는 눈동자 아이템을 발견하게 된다. 지급된 기본 캐릭터라면 주변의 높은 산을 찾아 3분을 헥헥거리며 등반한 뒤, 글라이더를 타고 힘겹게 낙하해야 한다. 하지만 가챠로 '방랑자..
편의성을 포기하고 1200만 장을 판 게임의 기획 의도 스팀 동시 접속자 45만 명, 출시 두 달 만에 1,200만 장 판매. 소니의 막대한 마케팅이나 너티독 급의 개발력이 투입된 결과가 아니다. 직원 100명 남짓한 아로우헤드의 40달러짜리 협동 슈터가 만들어낸 지표다.이 게임의 커뮤니티를 들여다보면 기괴하다. "서버가 터졌다", "아군 폭격에 또 죽었다", "벌레 떼에 갈려나갔다"는 불평이 가득한데, 유저들의 입가에는 기묘한 웃음이 걸려 있다. 유저들은 왜 이 불합리함을 기꺼이 즐기는가. 기획자의 시선에서 헬다이버즈 2가 숨겨둔 '불편함의 수익화 로직'을 뜯어보자.편의성을 거세한 자리에 피어난 액션성가설: "유저의 조작 피로도를 낮추고 직관적인 UI를 제공해야 이탈률이 낮아진다."흔한 기획자들의 착각이다. 헬다이버즈 2는 이 명제를 정면으로 반박한다. 핵..
한국 AAA 게임의 한계 돌파, 붉은사막 블랙스페이스 엔진의 타격감 설계 스팀 평가 61%와 누적 판매량 400만 장. 게임 역사상 이토록 기형적인 지표를 가진 타이틀이 있었던가.리뷰 창은 엉성한 PC 조작감과 불친절한 스토리에 대한 분노로 도배되어 있지만, 동시 접속자 그래프는 기괴할 정도로 굳건하게 우상향을 그린다. 이 게임은 망한 게 아니다. 오히려 '치명적인 결함'에도 불구하고 유저를 모니터 앞에 묶어두는 압도적인 코어 기획의 힘을 증명했다. 기획자의 시선으로 붉은사막이 멱살 잡고 캐리한 한국 AAA 오픈월드의 '진짜 성과'를 역기획해보자.그래픽을 뚫고 나오는 '물리적 인과율'의 타격감흔한 기획자의 착각: "언리얼 엔진5로 폴리곤만 깎으면 타격감은 알아서 따라온다?"허튼소리다. 붉은사막의 자체 개발 '블랙스페이스 엔진'은 단순히 예쁜 풍경을 그리는 데 쓰이지 않았다. ..
붉은사막 역기획: 첫날 200만 장 팔고도 스팀 61% 폭망한 기획적 이유 출시 첫날, 트레일러를 수십 번 돌려보며 기다렸던 펄어비스의 신작을 위해 과감하게 연차를 썼다. 4K 모니터 너머로 쏟아지는 파이웰 대륙의 눈보라와 흩날리는 흙먼지의 디테일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하지만 정확히 4시간 뒤, 나는 스팀 라이브러리 창을 열어 '복합적(61%)'이라는 붉은색 글씨에 합류하며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내렸다.출시 24시간 만에 200만 장 판매라는 경이로운 오프닝 스코어. 그러나 스팀 유저 평가 61%라는 처참한 낙제점. 이 극단적인 지표의 괴리는 유저들의 억까(억지 까기)가 아니다. '압도적 비주얼'이라는 마케팅의 최면이 풀리고, 날 것 그대로의 '시스템 기획'이 유저의 키보드와 마우스에 닿았을 때 발생한 필연적인 참사다. 그날 내 책상 위에서 벌어진 인지적 부조화를 기획자의 시..
문명 역기획: 왜 우리는 새벽 4시까지 '한 턴만 더'를 외치는가? 어제저녁 10시. 딱 로마에 '알렉산드리아 도서관'만 올리고 자려고 했다. 도서관이 완성되는 데 남은 시간은 3턴. 마우스를 딸깍거리며 턴을 넘겼을 뿐인데, 정신을 차려보니 창밖으로 해가 뜨고 있었고 내 화면엔 마하트마 간디가 우라늄을 캐며 핵미사일을 쏘고 있었다.문명(Civilization)은 단순히 시간을 뺏는 게임이 아니다. 유저의 시공간 감각을 마취시키고 하룻밤을 통째로 삭제해 버린다. 대체 시드 마이어는 마우스 클릭 한 번에 어떤 악마적인 기획을 숨겨두었기에, 우리는 눈에 핏줄이 터진 채로 "한 턴만 더"를 중얼거리는 좀비가 되는 걸까?턴의 종료는 휴식이 아니라 '새로운 결핍'의 시작이다초보 기획자들의 순진한 착각: "턴제 게임은 유저에게 생각할 여유와 휴식을 준다?"완벽한 헛소리다. 스타크래프..
배틀그라운드 역기획: 99번 죽어도 치킨을 위해 다시 접속하는 심리학 어제 새벽, 에란겔 포친키의 허름한 2층 화장실 욕조에 15분간 엎드려 있었다. 문밖에서는 더블 배럴을 든 적의 발소리가 들리고, 내 손바닥은 마우스 그립이 미끄러질 정도로 땀에 젖어 있었다.100명 중 99명이 죽어야만 끝나는 게임. 객관적 확률로 따지면 내가 이길 가능성은 1%에 불과하다. 그런데 왜 나는, 그리고 전 세계 수천만 명의 유저는 회색 데스 화면을 보고도 욕을 내뱉으며 즉시 '준비' 버튼을 다시 누르는 걸까? 배틀그라운드가 쏘아 올린 이 기괴한 중독성의 실체를 역기획해보자.보상 없는 99번의 패배가 유저를 미치게 만드는 이유기획자들의 흔한 착각: "유저가 지더라도 뭔가 쥐여줘야 다음 큐를 돌린다?"기존 게임 문법에 찌든 기획자들은 패배자에게 관대하다. 지더라도 경험치를 주고, 참가상을 주..
애니팡 역기획: 하트 요청이 직장 상사보다 무서웠던 심리학적 이유 "카톡!" 소리에 온 국민의 심장이 철렁하던 2012년. 직장 상사의 업무 지시보다 두려웠던 것은 새벽 2시에 날아온 부장님의 '하트 요청' 메시지였다.애니팡은 귀여운 동물들이 터지는 캐주얼 퍼즐 게임이 아니다. 대한민국 전체의 인간관계를 인질로 잡고, 메신저라는 거대한 소셜 그래프를 폭파시킨 가장 잔혹하고 완벽한 사회적 다단계(Social Pyramid) 시스템이다.캐주얼 퍼즐의 껍데기를 쓴 '지인 랭킹'의 폭력성흔히 기획자들은 애니팡의 성공 요인을 '3매치 퍼즐의 직관성'이나 '콤보가 터질 때의 시각적 쾌감'에서 찾으려 한다. 완전히 틀린 분석이다. 룰이 똑같은 '비주얼드'나 '다이아몬드 대시'는 왜 국민 게임이 되지 못했는가?애니팡의 진짜 코어 루프는 블록을 맞추는 것이 아니다. 내 카카오톡 친구 ..
모바일 게임 기획의 교과서, 슈퍼셀은 어떻게 유저의 심리를 조종하는가 "클래시 로얄의 진짜 경쟁 대상은 넥슨이나 넷마블의 화려한 신작 RPG가 아니다. 당신의 출근길 지하철 환승 시간, 그리고 화장실 변기 위에서의 짧은 3분이다."방대한 콘텐츠가 모바일 유저의 체류 시간을 늘린다?모바일 게임 기획자들이 가장 흔히 빠지는 착각이다. 수십 개의 던전, 복잡한 일일 퀘스트, 30분짜리 레이드를 구겨 넣고 유저가 하루 종일 게임을 붙잡고 있기를 바란다. 슈퍼셀은 이 오만방자한 기획을 비웃듯 정반대의 길을 택했다."3분이라는 시간은 모바일 환경에서 유저가 현실의 방해 없이 온전히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는 생물학적 마지노선이다."지하철 역과 역 사이의 평균 이동 시간.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타고 올라가는 시간. 라면 물이 끓기를 기다리는 시간. 이 자투리 틈새를 완벽하게 파고든 마이..

반응형